자유, 조너선 프랜즌(FREEDOM, Jonathan Franzen, 2010)

사실, 소설을 안 읽은 지 오래되었다. 이유는, 하나 읽으려면 시간을 많이 잡아 먹기 때문이다. 예전에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이 재밌다고 해서, 1권과 2권을 사 놓고 정신없이(재밌잖아요..) 읽어 나가든 중, 영화가 개봉한다길래 미련없이 2권은 집어 던지고 나머지 이야기는 영화로 봤을 정도.
그런데, 이 '자유'라는 소설은 다 읽게 되었다(주말에만 읽혀서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 책을 알게 된 건 @pr1vacy 님이 쓴 이 책을 소개한 블로그 포스트를 읽고 나서였다. 내가 끌린 건,
'타임지의 표현처럼 무슨 살인 사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수수께끼의 미확인 비행물체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도,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펼쳐갈 뿐인데도, 프랜즌은 그 이야기에 적당한 위기감과 긴장감을 기막히게 곁들이면서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블로그에서 이 내용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 오른 건, 아!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 같겠구나.. 생각되었고, 읽는 내내 이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소설이었다.

말 나온김에 프랜즌의 자유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몇 가지 들어 본다면.. 줄리 & 줄리아(Julie & Julia, 2009),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 2010), 썸딩 더 로드 메이드(Something The Lord Made, 2004, 언 애듀케이션(An Education, 2009)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영화의 느낌과 소설의 그것이 매칭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이 소설은 부모와 자식,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일상사들을 잔잔하게 풀어 쓴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소설은 730쪽에서 끝났지만, 이런 일상사들이 1,000페이지가 더 펼쳐져도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지 않은 그런 소설이다.

또 부모와 자식간에도 서로가 지켜야할 것은 지키는 모습들이 보기 좋게 쓰여졌고, 그들간의 매우 미묘한 감정들을 어쩜 그토록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잘 묘사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련된 관계, 세련된 소설.

이 책은 번역도 상당히 매끄롭게 잘 되었다. 가끔 불편한 번역이 책을 끝까지 못 읽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유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올 여름 휴가 때 한번 읽어 보심이.. 감히 추천합니다. 휴가지에서 어려운 경제/경영 서적이나 얄팍한 자기계발서 혹은 처세술 서적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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