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 장성덕 지음.

토니 셰이의 딜리버링 해피니스 읽은 후, 한국에도 Zappos와 비슷한 회사가 있고, 또 그 창업자가 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게 됨.

유통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함.

끊임 없는 역발상으로 얻은 가장 큰 경쟁력은 '사입'이었다. 사입은 판매와 상관없이 브랜드에서 가져온 물건값을 다 지급하는 방식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져 위험부담이 컸지만 나는 사입을 선택했다. (p. 7)
개인적으로는 나도 이러한 방식을 좋아한다. 사입, 즉 직매입하면 배수진을 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그의 말처럼 어떻게 해야 물건을 잘 팔 수 있을까? 답을 찾을 때까지 집요하게 생각을 물고 늘어지지 않을 수 없다. 토니 셰이의 Zappos도 나중에 직매입으로 선회했다. 최근 우리 나라 백화점에서도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생겼다고 하는데(“직매입 GO” NC백화점의 ‘착한 실험’), 성공하길.

오케이아웃도어닷컴도 처음에는 상품을 구비해 놓고 사이트에 올려 판매한 것이 아니라, 다른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올리고 나서, 주문이 들어 오면 큰 배낭을 메고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사와서 판매를 했구나... 세상에!

또 초창기에는 원가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에 가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박스를 날랐다고. 구한 박스는 뜯어서 뒤집은 후 테이핑을 다시해서 사용하여, 박스 겉면의 로고나 글자를 안쪽으로 들어 가게끔 했다... 우와~!

신용이 좋으면 '을'도 '갑'처럼 당당하게 인정 받을수 있고, 신용이 바닥이면 '을'보다 못한 '갑'으로 전락하고 만다. (p. 44)
저자는 '돈을 벌려면 받을 돈은 최대한 빨리 받고, 남 줄 돈은 가능한 한 늦게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반기를 든다. 본인이 생고생을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악착스럽게 돈을 절약했다고 하는데... 대단함.

직접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할 당시 오픈마켓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오픈마켓에 입점하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p. 47)
대형 유통점에 입점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독자적인 유통 판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더딘 길을 선택했다고.
직영점과 달리 대리점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남'이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이 질질 끌고 가다 남한테 손해를 입힌다는 것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p. 53)
'남'을 남다르게 인식하셨네... 대부분 가맹점이나 대리점 모집해서 가맹비와 보증금 챙길 생각만 하는데~
모든 일을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p. 66)
어쩜! 나랑 똑같이 생각할까.. 모든 일을 의심해 보는 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
싸게 팔면서도 어떻게 하면 마진이 좋은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p. 77)
결론은 사입, 즉 직매입이었다고. 위탁판매는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일면 인터넷 쇼핑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것 같지만, 매력적인 마진 확보에는 부적합하다.
어떻게 해야 브랜드가 고수하는 가격을 지키면서도 최저가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마케팅에 있다. 우리는 신규고객 최대 15% 할인, 우수고객 최대 30% 할인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한다. (p. 80)
결국 개별 상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장바구니 할인으로 한다는 말씀이구나.
중소업체들의 재고 오차율은 보통 5퍼센트 전후를 넘나든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재고가 잘 맞지 않으니 10퍼센트 정도의 오차율은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p. 88)
정말이지 도대체!! 장부 재고와 실물 재고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지,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끊임없이 맞춰 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우린 최근에 1%대로 들어 섰다. 0%대로 더 낮춰야 한다.
골프를 시작했는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활동 차원이다. 골프를 쳐보니 꽤 많은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운동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p. 91)
그래서 난 안 친다.
모든 비용은 깍아야 한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깍는 데 마음이 약하다. "현금이 필요해 밑지고 파는 거다.", "정찰제기 때문에 깍아주고 싶어도 깍아줄 수가 없다."는 말에 순순히 꼬리를 내리고 물러난다. (p. 95)
어느 책에 있듯이, 가격 태그는 하나님이 쓴 것이 아니다.
나는 직원에게 더 깍아보라고 한다. 만약 견적가가 1천만 원이었다면, 900만 원까지 깍아보라는 것이다. ... 결국 900만 원까지 깍아온다.이 정도면 대부분의 사장은 직원의 노고를 격려하며 만족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800만 원까지 한번 더 깍아 보라고 주문한다. ... 결국 800만원까지 깍는데 성공한다. 이런 방식으로 견적가에서 최대 50퍼센트 이상을 깍아본 적도 있다. ... 집요하게 깍아야 한다. (p. 97)
정말 집요합니다.
유통에서는 물류와 고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곳이 꽤 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치지 않았다면 그럴 수가 없다. (p. 105)
이 전에 읽은 딜리버링 해피니스의 Zappos도 결국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었지.
창업 당시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시스템 제작을 외부에 맡겼지만, 나는 대학생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해 직접 시스템을 만들었다. 돈도 없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능을 직접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p. 125) 지금은 자금 사정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외주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시스템을 개발한다. 업무의 특성과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프로그래밍을 잘한다고 해도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p. 126)
외주를 줄 것인지, 내부에서 개발할 것인지.. 그리고 일부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어느 선까지 외주를 줄 것인지는 중대한 경영 판단 사항에 해당. 획일적으로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봄.
하지만 우리는 ERP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p. 130)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직접 ERP 시스템까지 개발하다니!
온라인과 오프라인 고객은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구입하든 고객은 동일한 가격과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p. 132)
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힘듦.
아웃도어 관련 상품들은 직접 모양을 확인하고, 만져보면서 촉감을 느껴보고, 내 몸에 맞나 안 맞나 입어봐야 안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고객 입장에서 그런 상품들을 모니터로만 보고 구입하기란 왠지 석연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상품의 특징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이미지와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올리고, 상품 설명도 충실히 적었다. 그래도 고객들의 갈증을 완전히 풀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p. 133)
이 부분도 좀 다르게 생각함. 직접 봐야만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은 이미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이 아니지 않은가??
2003년, G마켓 출범 당시... 그 때는 옷을 누가 인터넷으로 사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G마켓은 인터넷을 쉽게 받아들이는 10대, 20대를 주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저렴하게 제공해서 인터넷 쇼핑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출처: G마켓, 패션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평정하다)
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진출은 새로운 고객 유치 내지는 시장 확대, 즉 온라인 구입을 꺼리는, 온라인 구매 경험이 없는 고객 유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음.
참고 1. 패션인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진출 속도 낸다.
참고 2. 전자신문,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매장을 연 까닭은?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도록 했다. 매뉴얼만 보고도 다른 사람이 그 직원의 업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완벽한 매뉴얼을 준비하도록 한 것이다. "네가 없어도 업무가 돌아 가도록 만들어야 월급 받을 자격이 있다." (p. 136~7)
훌륭함!
보통 판매가격을 책정할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원가에 적당한 이윤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가격이어야 팔릴 수 있을지, 적정 판매가를 가늠하는 것이다. 적정 판매가란 고객이 지급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이다. (p. 151)
맞는 말. 더 나아가서 구매자에 따라서 가격을 달리 매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개의 장을 할애하여 업무의 디테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정말 대단하고 놀랍다.
우리 회사에는 실제 사이즈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인 상의 사이즈가 95, 100 등 5센티미티 단위로 표시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1센티미터 단위로 사이즈를 세분화해 안내하고 있다. 사이즈를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품목별 표준 사이즈 표를 만들고, 표준 사이즈에 맞춰 개별 제작된 마네킹을 활용해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p. 161)
계절 표시도 단순히 봄/가을, 여름, 겨울, 사계절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여름 전용 제품과 겨울 전용 제품, 봄/여름/가을 제품, 겨울에 가까운 가을/봄 제품, 여름에 가까운 가을/봄 제품, 봄에 가까운 여름 제품 등으로 나누어 등록했다. (p. 162)
이 회사는 직원 상호간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존댓말을 쓰게 한다고. 직급이 낮은 부하가 동료나 상사보다 먼저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부하직원이어서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는데, 어느 날 자기 상사가 되었다면 어떻겠는가? 반말을 쓰든 존댓말을 쓰든 간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늘 하던 대로 반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존댓말을 하는 것도 쑥스럽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존댓말을 쓰게 한 것이다. (p. 201)
연공 서열주의는 어느 조직에서나 문제이다. 능력과 기여에 따른 보상만이 조직을 건강하게 한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구성원이 용인해야 한다.

사람마다 경영 스타일이긴 하지만, 직원들에게 휴지 줍기, 책상 정리 등등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는 것, 참 쉽지 않은데 이런 귀찮음도 상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 또한 대단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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