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친구가 재밌다고 해서, 단숨에 읽어 버린, 아주 재미난 소설. 설정이 재밌다. 주인공(스트릭랜드)이 나라는 화자의 대상이라는. 이런 구도를 소설 기법으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깊은 연륜에서 베어 나오는 인생의 통찰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령,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56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p.90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갖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211 더크 스토로브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다. 화가이면서 정작 자신의 그림은 진부하지만, 다른 화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놀라운 식견을 지닌 캐릭터. 결혼한 독신주의자처럼 가엾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p.231 두 의사 아브라함과 알렉 카마이클 얘기도 흥미롭다. 장래 유망한 천재적인 의사가 잠시 휴가 여행 차 알렉산드리아에 왔다가, 출세가 보장된 모든 것을 버리고 거기에 눌러 앉아 하찮은 보건국 관리를 하면서 사는데,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고 만족스러워 하면서 삶. 반면 늘 아브라함에 밀렸었던 알렉 카마이클은 아브라함의 부재로 그가 가졌을 부와 명예를